전각을 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
전각을 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
전각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도구들을 알아 보자.
앞선 포스트에서 적었지만, 전각은 쉽게 생각하면 그저 돌 한 조각하고 조각도만 있으면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전각을 하려면 여러 가지 도구들이 필요하다.
그 중에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도 있고,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도구들도 있다.
이런 도구들은 보통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도 되고, 직접 눈으로 보고 사고 싶으면 인사동에 가면 된다.
인사동에 가면 ○○필방이라는 간판이 많이 보이는데 서예용품뿐만 아니라 전각용품도 함께 팔고 있다.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면 된다.
전각도
전각을 할 때 사용하는 칼이다.
재질은 강철이나 하이스강이라고 하는 특수한 철을 이용하기도 한다.
일반 강철로 만든 전각도는 잘 무뎌지지만 무뎌졌을 때 다시 손질하는 것도 쉽다.
특수강으로 만든 전각도는 잘 무뎌지지 않고 돌에 새기는 것도 수월하지만 한 번 무뎌지면 손질하기가 만만치 않다.
크기도 6mm, 8mm, 10mm 등 다양한데, 작은 칼일수록 세밀한 작업이 가능하고 큰 칼일수록 칼로 새긴 느낌을 내기에 좋다.
처음 시작할 때는 10mm 강철로 되어 있는 평도로 시작하는게 좋을 것 같다.
가격은 대략 1만원 내외 정도.
사용중인 전각도. 왼쪽부터 10mm 강철 전각도. 6mm 특수강 전각도. 공동구매로 주문제작한 하이스강 전각도. 일본에서 수입한 농주겸송. 왼쪽 세 개는 손에서 미끌어지지 않기 위해서 종이 끈으로 감싸 놓았다.
돌
전각에서 사용하는 돌은 일종의 옥돌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돌로도 인장을 만들려면 만들 수 있겠지만 입자라든지 굳기가 맞지 않아 사용할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각용 돌의 종류는 나중에 따로 다루겠지만 정말 수없이 많다.
하지만 보통 연습을 할 때는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요녕석을 많이 사용한다. 인장용 돌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는 보통 푼을 사용하는데 1푼은 약 3mm이다.
모양과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양한데 1치(10푼) 기준으로 약 2,500원 ~ 3,000원이면 하나 구할 수 있다.
보통 4푼~1치짜리 돌을 많이 사용한다.
너무 작으면 처음에 글자를 새기기 어렵기 때문에 연습용으로는 보통 7푼~1치짜리가 좋다.
전각을 하다 보면 좋은 돌에 대한 욕심이 끊임없이 생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해남에서 나는 해남석이 인장용 재료로 인기가 많았는데 지금은 판매하는 곳을 찾을 수가 없어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따로 다루기로..
전각용 돌.
위 왼쪽에서부터 요녕석 1치, 해남석 4푼, 해남석 6푼, 해남석 9푼, 해남석 9푼 두인, 해남석 유인(자유로운 모양의 인장석) 3개, 아래는 석판전각용 해남석 석판. 나는 연습을 할 때는 요녕석을 사용하고, 내가 사용하거나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서 인장을 만들 때는 해남석을 사용한다.
소연 小硯 작은 벼루
보통 생각하는 벼루가 아니라 작은 벼루이다. 작은 벼루에 먹을 갈 수 있는 부분이 2~3 군데 있어서 주묵이나 송연묵을 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4~5천원 정도면 살 수 있다. 구매할 때 크게 고민할 필요 없는 품목이다.
작은 벼루. 한쪽에는 주묵, 다른 쪽에는 송연묵을 갈아서 사용하고 있다.
주묵 朱墨 빨간 먹
빨간 먹이다. 소연에 갈아서 구상한 글자를 인면 (印面 : 인주를 찍어 도장을 찍는 부분)에 쓰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
주묵. 빨간 먹이다.
송연묵 松燃墨 작은 먹
주묵과 같이 소연에 갈아서 사용하는 검은색 먹이다. 송연묵은 소나무를 태워서 나온 그을음을 모아 만든 먹인데, 꼭 작은 먹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송연묵이 아니더라도 작은 먹이 있으면 된다.
송연묵. 약간의 파란색 기운이 돌아서 청묵이라고도 한다.
세필 細筆
작은 붓이다. 인면에 글자를 인고 (印稿 : 인장에 글씨를 구성하는 것)할 때 사용한다. 3~4천원이면 하나 살 수 있고, 2개가 필요하다.
세필은 아주 작고 가는 붓이다. 오래 쓰면 털이 빠져서 다시 사야 한다.
사포
도장의 인면을 평평하게 손질하거나 전각도의 날을 갈 때 사용한다. 사포는 가로, 세로 1인치 안에 모래(영어로 사포를 sand paper라고 한다)알이 몇개 들어있는가로 단위를 쓴다.
숫자가 클 수록 가는 사포지이다. 보통 200방(#200), 300방(#300) 등으로 표시하는데, 200방과 300방이 여러 개 필요하다.
그리고 인장의 측면을 치석 (治石 : 인장의 인면이나 측면을 손질하는 것)할 때는 1000방이나 1600방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 장에 5백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유리판
사포질을 할 때 밑에다 대고 평평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치석을 하거나 전각도를 손질하는 과정은 굉장히 섬세해서 수평이 정확하지 않은 책상에서 하기는 힘들다. 두꺼운 아크릴판이 있으면 대체할 수 있다.
인주 印朱
인장을 찍을 때 사용한다.
문방구에서 파는 값싼 인주는 되도록 사용하지 말 것.
부스러기가 남지 않고 색깔이 선명한 것이 좋다.
인주의 단위는 '냥'(약 15g)인데, 1냥에 대략 1만원 정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너무 작은 인주는 사용하기 불편하기 때문에 보통 5냥 짜리 인주를 많이 사용한다.
대략 4~5만원이면 살 수 있다.
연습할 때는 꼭 없어도 상관없지만 전각을 하다 보면 좋은 인주로 찍고 싶은 생각이 분명히 들게 되므로 처음 살 때 좋은 것으로 사는 것이 좋다.
인주. 왼쪽은 5냥, 오른쪽은 3냥짜리.
초등학생 국어 공책
집자 (集字 : 자전을 찾아 글자를 쓰는 것)할 때 사용한다.
전각은 결국 이전의 인장을 본받아 창작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전의 훌륭한 글자들을 많이 보고 써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사용하는 공책이다. 네모난 칸이 있는 공책이면 어느것이든 상관없다.
거울
인고한 글자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비춰 보기 위해 사용한다.
인장에는 글씨를 거꾸로 쓰니까 제대로 썼는지 확인하려면 거울이 필요하다. 아직 사용해 본 적 없음.
인상 印床
전각도로 인장을 새길 때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해 주는 받침대이다.
나는 인상을 사용하지 않고, 보통 손에 쥐고 바로 새긴다.
인규 印規
인장을 찍을 때 수평과 수직을 맞추기 위해서 사용하는 자이다.
또 인주가 제대로 찍히지 않을 때 인규를 사용하면 똑같은 자리에 다시 찍을 수 있다.
수건, 칫솔, 깔판
수건은 인주를 닦아내거나 깎인 돌을 털어낼 때, 칫솔은 인자에 묻은 깎인 돌을 털거나 먹을 지울 때, 깔판은 돌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받칠 때 사용한다.
그 외에 서예 연습을 하기 위한 붓, 먹, 화선지와 여러 종류의 자전, 인보 (印譜 : 도장 모음집), 탑본 (榻本 ; 탁본, 도장의 형태를 화선지 위에 올리는 것) 용구 등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