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혈(陽輔穴)에 양보하세요!
지난 7일, 절기상으로 입동(立冬)이 시작되었다. 겨울이 왔다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주말부터 냉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불면서 등골이 오싹해지고 두 손이 자꾸만 호주머니를 찾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추위라 몸은 분주해졌다.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던 오리털 점퍼와 털목도리를 꺼내 '무장'을 했고, 창틀에 문풍지를 붙이고 보일러도 한 번 더 점검했다. 그리고 그러는 내내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드디어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겨울이 왔구나!' 하고.
음기의 계절! 겨울이 왔다!!
겨울은 사계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겨울이 오면 사람들은 대개 따뜻한 남쪽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나는 도리어 지금 내가 사는 곳보다 더 추운 곳을 찾아가곤 한다. 겨울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다. 겨울바람을 가르면서 흰 눈 위를 걷는 것을 나는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올 무렵, 눈이 무릎까지 쌓인 북쪽으로 여행을 떠나는 일은 이젠 내게 연례행사가 되었다. 떠나가는 겨울의 끝자락을 잡고 아쉬운 마음이라도 달래보려는 내 나름의 방식인 것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며 고개를 젓는다. 춥고 쓸쓸한 겨울이 뭐가 그리 좋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말이다. 또 몇몇 인생 선배들은 스치듯 말한다. ‘네가 아직 젊긴 젊구나.’ 물론 살을 에는 겨울 추위는 누구에게나 그 자체로 고통이다(엄동설한에 공중화장실을 가는 괴로움을 남자들은 모를 거다 -.-;;). 게다가 겨울에는 외출을 한 번 하자면 준비가 이만저만 필요한 게 아니다. 작정하고 밖에 나가야 하는 그 수고가 귀찮아서라도 자꾸만 따끈한 방바닥에 몸을 붙이고 싶어지는 때가 겨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겨울을 좋아하는 건 역시나 그 추위 때문이다. 겨울의 춥고 쌀쌀한 기운에는 그간 풀어졌던 몸과 마음을 다잡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연못 위에 얼어붙은 살얼음처럼, '쨍'하고 나를 긴장시키는 동(冬)장군의 호령 소리. 그렇다. 겨울이란 계절에는 그 뭔가 '쪼이는 맛'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느끼는, 겨울나기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내 고민은 한 가지다. 어떻게 해야 이 매력적인 계절을 보다 멋지게 보낼 수 있을까?
'음기응변(陰氣應變)'의 달인이 되자
겨울을 시작하는 달인 음력 10월(바로 지금!)은 『주역(周易)』의 괘상으로는 중지곤괘에 해당한다. 중지곤괘는 6개의 효가 모두 음효(陰爻)로 이루어진, '순음(純陰)'을 나타내는 괘다. 우리가 느끼기엔 이제 막 겨울이 시작된 것 같지만, 사실은 중지곤의 괘상에서 알 수 있듯 지금이 일 년 중에 음기(陰氣)가 가장 왕성한 때인 것이다. 알다시피 음기는 상대적으로 차고 어두우며 하강하고 수렴하는 기운을 뜻한다. 따라서 입동 무렵에는 나뭇잎이 거의 다 떨어지고 동물들은 몸을 웅크린 채 겨울잠을 청하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이때가 되면 대부분의 활동을 멈추고 추수한 음식으로 곳간을 그득 채운 채 삼삼오오 방에 모여 앉게 된다. 말 그대로 '폐장(閉藏)’, 즉 만물이 기운을 땅속에 감추어 저장하는 계절이 온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지금이 기운을 '음적(陰的)으로' 쓰는 법을 훈련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평소에 몸에 음기가 허해서 고생하던 사람, 신장(腎)이 약한 사람에게는 사실 이만한 찬스가 없다. 순음(純陰)의 계절인 지금이야말로 그간 부족했던 음기를 기를 수 있는 때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막상 음기를 길러보자니 막막하다. 대체 그 음기란 녀석, 어떻게 해야 품을 수 있는 걸까? 사람에게 있어 기운을 음적으로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동의보감』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때는 물이 얼고 땅이 얼어 터지는데, 양기를 요동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되 반드시 해가 뜬 뒤에 일어나서 마음의 뜻을 굽힌 듯 숨긴 듯이 하여 사의(私意)가 있는 듯이 또는 이미 얻은 것이 있는 듯이 해야 한다. 그리고 추운 데를 피해 따스한 곳으로 가고, 살갗으로 땀을 흘려 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겨울철에 적응하여 감추어 들이는 기운을 길러주는 방법이다. 이것을 거역하면 신(腎)을 상하게 되고 봄에 위궐(痿厥; 손발이 여위고 힘이 없으며 싸늘해지는 증상)에 걸리며, 봄의 소생하는 작용에 공급되어야 할 것이 부족해진다.
─ 허준 지음, 『동의보감』 신형편, 법인문화사, 2005. 209쪽.
말인즉슨, 따뜻한 곳에서 해가 떠 있을 때만 활동하고 최대한 '튀지 않게' 조용히 움직이라는 것. 그것이 『동의보감』이 전하는 겨울철 양생법의 핵심이다. 즉 천지간에 가득 찬 음기에 감응하여 사람도 음기의 특성에 맞게 일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일종의 '음기응변(陰氣應變)'이라고나 할까. 하기야 우리의 몸은 우리가 의식하든 안 하든 간에 이미 그것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를테면 요즘 들어 부쩍 걸음이 더뎌지고 몸에 살이 붙는 것, 잠이 많아지고 아침에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싫어지는 것 등이 이를 증명한다. 여름철처럼 방방 뛰고 크게 소리를 지른다거나 이리저리 분주하게 쫓아다니는 건 어느샌가 꿈도 못 꿀 일이 된 것이다.
가장 곤혹스러운 건 몸을 씻을 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옷을 벗고 살갗을 물에 적시는 일도 이제는 큰 맘 먹고 치러야 하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 돼버렸다. 따라서 아무리 더운물로 씻는다 하더라도 샤워를 한 번 하기 위해선 여름철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물론 이것도 겨울철 기운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물 자체가 차갑고 음한 기운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몸 안팎으로 음기가 가득한 마당에 음적인 물을 마찰하려면 우리 몸은 그만큼 많은 기운을 소모하게 된다. 그래서 겨울에는 좀 덜 씻는 게 건강에 좋다는 말들을 한다. 간혹 씻을 때에도 온몸을 손으로 자주 비벼주면 사기(邪氣)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다.
겨울에는 수분손실이 되지 않게 무리한(?) 목욕 대신 좀 덜 씻으세요~
하지만 이와 반대로 겨울철에 운동을 심하게 한다거나 어떠한 일을 급하게 처리하려 든다면? 상식적인 얘기지만 그러다간 몸져눕기 일쑤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성취하고 거두는 일은 지난가을로 끝이 났다. 『동의보감』에서 마음에 원하는 것을 이미 다 이룬 듯 혹은 꿍꿍이가 따로 있는 듯 행동하라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겨울에 와서까지 누가 봐도 티가 날 정도로 이것저것 욕심 부리며 살다간 몸을 상할뿐더러 다가오는 봄에 새롭게 싹을 틔울 힘도 없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무언가를 얼른 해내려는 마음, 하나라도 더 가지려는 마음일랑 올겨울엔 잊고 살고 싶다. 대신에 지나온 한 해를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는, 진정한 '음기응변'의 달인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을 맞아 '음기' 한 번 제대로 길러 보려던 H씨. 그러나 활동을 줄이고 하루 내내 방바닥만 쓸고 다니다 그녀가 얻은 것은 수족냉증이요, 잃은 것은 의욕이었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소화는 점점 안 되고 살만 찌면서 몸은 차가워 질대로 차가워진 상황. 대체 그녀의 몸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한의학에 ‘음승즉한(陰勝卽寒)’이라는 말이 있다. '음이 지나치면 한이 된다'는 뜻이다. 즉 겨울철 날씨가 이토록 추운 것은 천지에 음기가 지나치게 성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추위(寒)라는 녀석에겐 응체되는 성질이 있다. 겨울 추위에 만물이 꽁꽁 얼어붙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말이다. 그리고 그 추위는 우리 몸의 기혈(氣血) 역시 응체시킨다. 따라서 겨울이 시작되면 우리 몸의 혈맥의 흐름과 진액 대사가 느려지기 시작한다. 모든 행동이 곰처럼 굼뜨게 바뀌는 건 이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심해지면 각종 통증과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경맥 속의 기혈은 쉬지 않고 흘러 전신을 순환하는데 만약 한사가 경맥에 침입하면 기혈이 응체되어 원활하게 운행되지 못한다. ... 만약 한사가 기부표면에 침입하여 땀구멍과 주리가 막히고 위양(衛陽;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해당하는 위기(衛氣)를 뜻한다)이 울결되면 오한, 발열, 무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한사가 혈맥에 침입하면 기혈이 응체되어 혈맥이 당기고 머리와 전신에 동통이 발생하며, 한사가 경락, 관절에 침입하여 경맥에 경련이 일어나면 지체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거나 손발이 차고 감각이 없는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 배병철, 『기초한의학』, 성보사, 2005. 356~7쪽
H씨가 힘들어 하는 것도 추위로 인해 이처럼 온몸의 순환이 더뎌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상식적인 말이지만 우리의 몸은 머리가 차고 발이 따뜻할 때 순환이 가장 잘 이루어진다. 한의학적으로는 그것을 '수승화강(水昇火降; 물은 올라가고 불은 내려온다)'이라고 한다. 여름보다 겨울에 정신이 맑고 집중이 잘 되는 것은 겨울철 한기(寒氣)로 인해 머리가 비교적 시원하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겨울의 '쪼이는 맛'이란 것도 결국 이런 데서 기인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문제는 기혈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겨울에는 머리뿐 아니라 손끝이나 발끝, 아랫배 역시 차가워지기 쉽다는 점이다. 물론 건강한 사람은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손발이 따뜻하다. '수승화강'이 잘 된다는 증거다. 반대로 손발을 비롯한 배꼽 아래 부위가 차가운 사람의 머리는 상대적으로 뜨겁다. 이처럼 '수승화강'의 뜨겁고 차가움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인 셈이다. 보통 수족냉증이나 복부 냉증은 추위를 느끼지 않을 온도(예컨대 실내 온도)에서도 해당 부위에 냉기가 느껴지는 증상을 말한다.
이러한 냉증이 생기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앞서 이야기한 계절적인 이유도 한몫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는 겨울철 운동 부족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날씨가 춥더라도 적당한 산책이나 맨손 체조 등으로 몸을 계속해서 움직여 주어야 우리 몸의 혈맥과 진액이 고르게 순환할 수 있다. 또한 레깅스나 스타킹, 달라붙는 속옷 등도 냉증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평소에도 마찬가지지만 겨울에 들어서까지 미니스커트를 입는 건 그 자체만으로 모험이다. 하초(下焦; 배꼽 아래 부위)를 차게 하는 행동은 앞서 얘기했던 '수승화강'에 반하는 것으로, 만병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들을 실천하는 것 말고도 수족냉증에 걸린 '차도녀' H씨를 도와줄 또 다른 방법이 있을까?
올겨울, 기억해 두면 좋을 혈자리들
지금부터 H씨처럼 손끝, 발끝이 차서 고생하는 분들을 위한 세 개의 혈자리를 소개한다. 먼저 기해혈(氣海穴). 기해혈은 말 그대로 '기의 바다'라고 하여 선천적으로 타고난 원기(元氣)가 모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기해혈을 찾으려면 엄지손가락을 옆으로 눕혀 배꼽 아래에 바짝 갖다 대 보자. 자신의 엄지손가락 너비만큼을 1치라고 하는데 기해혈은 배꼽 1치 반 정도 아래, 그러니까 배꼽을 기준으로 엄지손가락 한 개 반 너비만큼 아래에 있다. 뱃살이 접혀서 힘들다면(^^;;) 자리에 반듯이 누워서 찾으면 더 쉽다.
기해혈은 배꼽 아래에 있습니다.
기해혈은 임맥(任脈)에 속하는데, 배꼽 아래 있는 명치라고 하여 '하황(下肓)'이라고도 부르고 '단전(丹田)'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우리 몸에 중요한 혈자리라는 얘기다. 기가 모이는 곳인 만큼 이곳을 손가락 끝으로 눌러주거나 핫팩으로 찜질해주면 온몸의 기혈 순환이 잘 이루어지면서 몸 구석구석까지 따뜻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뜸을 뜨는 것도 좋지만 위치상 침을 놓는 것은 위험하다고 한다.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의학에서는 배가 따뜻해야 손발이 따뜻해진다고 본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수족냉증이 있는 경우에는 손과 발을 주무르는 동시에 평소 배를 자주 문지르고 찜질을 하여 배를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기해혈은 냉증을 앓고 있는 사람 뿐 아니라 몸이 차가워지기 쉬운 여성들이 알아 두면 특히 유용한 혈인 것 같다.
수승화강에 좋은 양보혈
두 번째로 소개할 혈자리는 특히 발이 냉한 사람을 위한 양보혈(陽輔穴)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양보혈을 '몸이 불처럼 뜨겁고 발이 얼음처럼 차가울 때 치료하는 혈'이라고 적고 있다. 즉 '수승화강'이 되지 않아 열이 위로 뜨고 반대로 발은 얼음장일 때 여기에 뜸을 뜨면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는 것만으로도 발끝이 찌릿찌릿해지면서 발 전체가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경맥 상으로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에 속하는 양보혈은 바깥쪽 복숭아뼈에서 4치 올라온 곳에 있다. 새끼와 엄지를 제외한 세 손가락을 합친 만큼의 너비가 2치니까 복숭아뼈 가장자리에서 그 두 배(손가락 여섯 개) 만큼을 짚어 올라가면 찾을 수 있다. 이때 만져지는 뼈(비골; 종아리 바깥쪽 뼈)를 예전에는 보골(輔骨)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바깥쪽(陽) 보골에 위치한다 하여 이 혈을 양보혈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양보혈은 열을 내리는데 효과가 큰 만큼 허열로 인한 탈모나 눈병을 치료하는 데도 널리 쓰인다.
온류혈은 팔 바깥쪽에 있습니다.
아랫배와 발을 따뜻하게 했으니 이제 손이 찬 것을 치료하는 혈을 살펴보기로 하자. 바로 온류혈(溫溜穴)이 그것이다. 온류혈은 팔 바깥쪽을 놓고 보았을 때 손목 가로무늬와 팔꿈치가 접히는 선 중간 즈음에 위치한다. 중간을 가늠하기 어렵다면 손목 가로무늬에서 5치, 즉 손가락 세 개 너비(2치)와 새끼손가락을 포함한 손가락 네 개 너비(3치)만큼을 재면서 올라가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름 그대로 따뜻한(溫) 기운을 흐르게(溜)하는 혈자리로, 이곳을 침이나 뜸, 손끝으로 자극하면 한기(寒氣)가 흩어지면서 주변이 따뜻해지는 효과가 있다. 온류혈, 이름만 들어도 왠지 온몸이 따뜻해지는 듯한 혈이다.
올겨울은 예년보다 훨씬 추울 거라는 전망이 들려온다. 사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비슷한 얘기는 계속해서 들려왔던 것 같다. 어쨌든 폭한이 온다 하여 두려울 것은 없다. 추우면 추운 만큼 몸 안의 음기를 기르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 될 거라는 얘기니까.
겨울은 오상(五常)의 덕목 중 지혜(智)를 상징한다. ... 앞서 말한 것처럼 식물 뿌리에 기운의 에센스가 모이듯, 인간 역시 내부로 기운이 집중된다. 인간의 내면이라 함은 뱃속이 아니라, 정신세계 즉 사유체계를 가리킨다. 날씨가 추워 육체의 활동력은 저하되는 반면, 그만큼 정신을 확장할 수 있는 시절이다. ... 지혜는 귀로 잘 듣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요컨대 남의 말을 '경청'해야 지혜가 샘솟을 수 있다. 또한 그것은 단지 다른 이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포함한다.
─ 김동철, 송혜경 지음, 『절기서당』, 북드라망, 2013. 229~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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