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症別 鍼處方/뇌 신경 정신계

중풍(뇌졸중) 후유증

초암 정만순 2015. 7. 30. 07:26

 

 

                                중풍(뇌졸중) 후유증

 

 

 

우리나라의 침쟁이들(한의사나 전통침술사 모두)은 어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침을 놓을 때 특정의 경혈에 침을 꽂아 유침시키는 것을 시술을 위한 전부로 알고 있다. 이 말은 염전보사, 제삽보사, 작탁보사와 같은 수기법을 전혀 병행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통증을 침으로 치료할 경우는 수기법은 반드시 행해져야 하며, 유침시켜 놓는 것으로는 별로 효과가 없음을 말해 두고 싶다. 더구나 침을 체표에 살짝 꽂아 어떤 득기감도 도출해내지 못했을 때는 더더욱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중풍후유증은 반신이 마비가 되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침으로 적절한 자극을 가하는 적극적인 행침법은 마비된 신경계를 깨어나게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뇌졸중으로 반신마비가 되었다 하더라도 환자의 뇌세포가 전부 파괴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뇌세포가 마치 쇼크를 받아 잠시 기절한 것과 같은 상태 즉, 뭔가가 자신을 다시 깨워줄 때까지 수면상태에 있는 것 같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것뿐이다. 따라서 환자가 아무리 마비된 쪽의 팔다리를 움직이려 해도 뜻대로 안 되는 것이다. 자연적으로 환자는 마비된 팔다리를 움직이는 걸 포기하고 동작이 가능한 쪽만 사용하게 된다. 그 결과 동작이 가능한 팔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뇌의 신경회로는 더욱더 활발하게 되고, 움직이지 않는 쪽의 신경은 마비된 상태로 굳어버리게 된다.

 

침 자극은 움직이지 않는 쪽의 쇼크 받은 신경을 깨어나게 할 수 있는 특징적인 방법이다

다시 말해서, 중풍을 치료할 수 있는 적절한 경혈에 침을 꽂아 염전, 제삽, 작탁과 같은 수기법으로 마비된 쪽을 움직여 주는 뇌의 신경회로가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자극을 가하는 것이다. 수면상태에 빠진 듯한 뇌의 신경회로를 어떤 자극으로 다시 깨어나게 하는 것을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 뇌의 가소성을 위해 침으로 자극하기 위해서는 침을 체표에 있는 경혈에 꽂아 놓는 단순한 침법이 아닌, 자침의 깊이와 방향을 고려하여 침을 꽂은 후 반드시 일정 시간 동안의 수기법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침쟁이들은 중풍을 치료할 수 있는 비장의 경혈이 있는 걸로 알고 있으며, 그러한 경혈을 찾아내려고 무던히들 애를 쓰는 것이다. 물론, 중풍을 치료할 수 있는 효과적인 경혈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제아무리 효과적인 경혈이라 하더라도 그 경혈에 침을 꽂아 놓는 단순한 침법으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침을 경혈에 꽂아 유침시키는 침술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침술은 아니다. 침을 경혈에 찌르고 유침하여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종류의 질병도 있으나 통증을 유발시키는 질병과 중풍후유증은 반드시 수기법을 병행해야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중국 텐진중의학대학의 석학민 교수는 중풍을 침으로 치료하는 대단한 권위자로 알려져 있는데, 이 대학에서 1986년 석학민 교수팀이 여러 유형의 중풍환자 2,336명을 침으로 치료한 결과를 발표한 자료가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2,336명 중 침치료에 의해 완전히 치료된 비율이 54.82%이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효력을 본 비율은 67.43%이다. 급성기의 중풍환자들의 경우에서는 치료율이 훨씬 높게 나왔다. 

석학민 교수는 '성뇌개규침자수법(醒腦開竅鍼刺手法)'이라는 침술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중국의 많은 중풍환자들에게 재활의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 침법은 앞에서 잠시 언급한 '뇌의 가소성'이론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석학민 교수의 성뇌개규침자수법은 종래의 전통 침술법을 혁신적으로 개선시킨 침술이다. 황제내경의 영추에서 염전보사법, 제삽보사법, 작탁법, 투천량법, 소산화법과 같은 보사수기법이 자세하게 명시되어 있으나, 이들 보사수기법을 행함에 있어 다소 불합리한 점도 있고, 그 수기법이 너무 거칠어서 시술받는 환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점들을 석학민 교수가 혁신적으로 개선하여 환자가 편안하게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염전보사법, 제삽보사법, 작탁보사법과 같은 수기법을 창안해 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치료효과도 월등히 높아지게 되었다.

 

석학민 교수가 중풍환자들에게 침을 꽂고 염전법을 시술하는 모습을 볼 때면 과히 신의 손이라 할 정도로 마치 봉황이 비상하기 위한 날개짓하는 모양이 그의 손에서 연출되고 있었다. 지금은 그가 상당히 연로해 있으므로 은퇴를 했는지, 또는 이미 세상을 하직했는지는 모르나 중국의 전역에는 그의 침술을 이어받은 뛰어난 침쟁이들이 포진되어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침술의 종주국은 원래 한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 36년의 강점기와 군사정권에 의한 몰상식한 문화말살 정책으로 우리의 고유한 문화유산인 전통침술은 모두 사장되고 말았다. 참으로 가슴 아프다.

 

중풍을 치료할 수 있는 경혈은 주혈로서 내관과 인중, 삼음교이다. 부혈로는 합곡,극천, 척택, 위중, 풍지, 금진옥액 등이다. 이들 경혈에 단순히 침을 꽂는 것만으로는 절대 치료효과가 없고 반드시 자침의 깊이와 방향, 적절한 보사수기법이 일정한 시간 동안 행해져야만 한다. 이런 걸 글로 백번을 설명한들 무슨 소용인가. 시술하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고도 불가능한 일을 많은 침쟁이들은 글로 적어 놓은 침법을 익히려고만 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내가 침을 가르치는 일을 하니까 나의 블로그에 어떤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경혈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걸로 생각하고들 있다. 서두에서 이미 말했듯이, 나의 블로그에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비법의 경혈을 모두 공개하더라도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음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내관은 양쪽에 침을 꽂고 염전보법으로 1분 내지 3분 이내로 수기를 한다. 인중은 침을 살짝 꽂고 침이 빠지지 않게 비튼 다음 작탁보법으로 눈물이 나올 때까지 시술한다. 삼음교는 환측에서 45도 각도로 자입하여 반드시 득기를 일으킨 다음 염전보법 또는 작탁보법으로 1분 내지 3분 이내로 수기를 한다. 이상이 주혈에 대한 치료법이다.

부혈로서 먼저 극천과 척택을 자침하여 염전이나 작탁으로 팔의 마비를 풀도록 일정한 시간 동안 자극하며, 위중을 자극하여 다리의 마비를 풀고, 합곡을 삼간방향으로 사자한 다음 수기법을 행하여 손가락의 마비를 푼다. 풍지는 눈의 방향으로 자침하여 염전보법으로 1분간 수기를 하여 머리를 맑게 하고, 침 방향을 후두융기로 향하게 하고 혀의 마비가 풀리도록 같은 방법으로 수기를 한다. 아울러 혀를 구강 밖으로 끌어내 혀 밑에 있는 금진옥액을 삼릉침으로 찔러 방혈한다.

이상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기법이며, 수기를 행할 때 환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솜씨를 발휘해야 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시술하게 되면 마비된 팔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뇌의 신경회로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촉진시켜 준다. 즉, 뇌의 가소성을 촉진시켜 완전 치료 또는 일상생활을 환자 스스로가 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선시킬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