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나무
항암효과 높은 가래나무
가을이면 강원도 깊은 산에는 가래 열매가 익어서 떨어져 땅에 뒹군다. 알맹이가 호도를 닮았되 조금 더 작고 길쭉하게 생겼다. 돌맹이로 딱딱한 겉껍질을 깨뜨리고 먹어 보면 호도보다 맛이 더 고소하다. 가래나무 숲 아래서 잠시만 풀섶을 뒤져도 가래 열매를 한 자루 주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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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깊은 산 속에 사는 사람들은 가을철 가래 열매가 익을 철이 되면 가래가 많이 달린 나무를 통째로 베어 눕히고 가래를 따서 모은 다음 풀 같은 것을 덮고 그 위에 흙을 살짝 덮어 둔다.한 달쯤 지나면 풀과 떫은 가래 겉껍질이 속에서 발효되어 김이 무럭무럭 난다.
그럴 때 가래알맹이만을 골라내어 광에 쌓아두고 겨울철 내내 까서 먹는다. 화롯불에 가래 열매를 올려 놓고 2-3분 지나면 피이-피이- 하는 소리가 나면서 딱딱한 껍질에 금이 가면서 김이 새어나오는데 그 때 꺼내어 낫끝을 금간 틈에 밀어 넣어 알맹이를 꺼내어 먹는다. 그 재미는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가래 열매는 호도와 마찬가지로 폐를 튼튼하게 하고 기침을 멎게 하며 기억력을 좋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하는 등의 약효가 있으나 민간의학에서는 가래 열매보다는 가래나무 껍질을 추목피(楸木皮)라고 하여 약으로 더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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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창과 종기에 좋은 가래나무
가래나무의 약효에 대해서는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 다음과 같이 적혔다.
"맛은 쓰고 성질은 약간 차며 독이 없다. 토하고 구역질이 나는 것을 고치고 몸 속과 피부에 있는 온갖 벌레를 죽인다. 악창, 종기, 옹종, 치질 등에 고약을 만들어 붙이면 피고름이 잘 빠지고 새살이 살아나며 힘줄과 뼈가 튼튼해진다. 잎을 짓찧어 다친 상처나 종기에 붙이거나 달여서 피고름이 나오는 헌데를 치료하기도 한다. 겨울에는 마른 잎을 달여서 쓴다. 범왕방에는 모든 종창과 옹종이 터지지 않은 데에는 가래나무 잎을 10겹으로 붙이면 낫는다고 하였다."
가래나무 껍질은 항암 작용이 뛰어나다. 전에 발목 부위에 피부암에 걸린 사람이 가래나무 껍질을 진하게 달여서 암 부위에 계속 바르고 조금 연하게 달여서 먹었으며 가래나무 껍질과 잎을 짓찧어서 아픈 부위에 붙였더니 종양이 있는 부위에서 진물이 계속 흐르더니 차츰 나았다고 했다. 이밖에 갖가지 암에 효과를 보았다는 사례가 있다. 중국이나 북한에서는 가래나무 껍질을 대표적인 암 치료약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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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나무 껍질은 만성 장염, 이질, 간염, 간경화증, 요통, 신경통, 무좀, 습진 같은 갖가지 피부병 등에 효과가 뛰어나다. 나무 껍질보다는 뿌리껍질을 쓰는 것이 더 좋으며 독이 약간 있으므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무좀이나 습진, 황선 같은 피부병에는 고약을 만들어 바르거나 진하게 달인 물로 아픈 부위를 씻는다. 가래나무를 이용한 치료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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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이질 : 가래나무껍질 200그램, 가래나무뿌리껍질 50그램, 두릅나무껍질 100그램에 물 2리터를 붓고 12시간 동안 우려서 1.3리터의 추출액을 얻는다. 다음에 찌꺼기 전량과 가래나무껍질 50그램, 두릅나무껍질 100그램, 이질풀 400그램을 3일 동안 약한 불로 달여서 700밀리리터의 농축액을 얻는다. 추출액과 농축액을 합하고 황백가루 100그램, 고삼가루 50그램, 두릅나무뿌리껍질가루 50그램, 창출가루 600그램을 넣고 1알의 무게가 1그램이 되게 알약을 만들어 한 번에 4-5알씩 하루 3번 밥먹기 한 시간 전에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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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간염, 간경화증 : 가래나무뿌리껍질, 다래나무껍질, 두릅나무껍질 이스라지나무 가지 각 1킬로그램, 창출 2킬로그램을 잘게 잘라서 섞은 다음 물을 20-30리터 붓고 3-4시간 동안 10리터가 될 때까지 달인다. 그런 다음 이것을 걸러서 끓여 600그램쯤의 물엿처럼 만든다. 여기에 전분이나 인진쑥 가루를 섞어 한 알이 2그램이 되게 알약을 만든다. 이것을 만성 간염에는 1번에 2알씩 하루 3번 밥먹기 한 시간 전에 먹고 간경화증에는 한 번에 3알씩 하루 3번 밥먹기 30분 전에 먹는다. 3-7일 뒤부터 좋아지기 시작하여 차츰 모든 증상이 좋아진다.
③ 요통 : 가래나무를 적당한 길이로 자른 것 10킬로그램을 물 30리터에 넣고 솥에서 천천히 달이고 졸여서 1.2-1.5킬로그램의 가래나무 엿을 만든다. 이것을 여러 겹의 천에 얇게 바른 다음 아픈 곳에 붙이고 붕대를 감는다. 하루 걸러 한 번씩 5-10번 붙인다. 갑자기 생긴 요통에 거의 100퍼센트 효과가 있다.
④ 황선 : 가을철에 채취한 가래나무열매 생껍질 2킬로그램, 가래나무잎 500그램, 가래나무껍질 300그램을 깨끗한 물로 씻고 1주일 동안 햇볕에 말린 다음 잘게 썰어서 60도의 물에 1시간 동안 담가 두었다가 찬물로 다시 잘 씻는다. 솥에 물을 20리터 붓고 위의 약재를 넣어서 12시간 동안 약한 불로 천천히 달이면 절반이 되는데 이것을 천으로 거른다
. 이것을 다시 솥에 넣고 18시간 정도 달여 물엿처럼 되면 퍼서 도자기그릇에 담아 놓고 쓴다. 머리에 바를 때는 머리를 짧게 깎고 비누로 씻은 다음 5퍼센트 석탄산 솜으로 소독하고 2-3분 뒤에 요드 팅크로 소독하고 5분 지나서 가래나무 엿을 바른다. 그 위에 소독한 천을 대고 두껍게 덮은 다음 싸맨다. 2일에 한 번씩 바른다.
⑤ 무좀 : 말린 가래나무 껍질을 잘게 썰어 통 안에 넣고 가열하면서 가열할 때 나오는 증기를 모아 냉각 응축하여 건류액을 얻는다. 첫 일주일 동안은 아픈 부위에 3-4번 바르고 다음 주부터는 하루 2번 바른다.
⑥ 주근깨 : 가래나무를 날것으로 건류하여 액을 얻은 것에다 메밀대 또는 피마자 줄기, 익모초 등을 태운 재를 1 : 2로 물로 추출하여 회황색 추출물을 얻고 이것을 말려 갈아서 라놀린을 섞어서 40-60퍼센트 연고를 만든다. 색소반마다 40퍼센트 연고를 0.2-0.3밀리미터 두께로 바르고 물집이 생기면 물집을 눌러 짜 버리고 1시간 뒤에 가볍게 세수를 하여 남은 약을 씻어낸다. 색소반이 굳어서 생긴 딱지는 저절로 떨어지게 그냥 둔다.
가래나무의 약성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평하거나 약간 차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설사를 멈추고 시력을 아주 좋게 하는 효력이 있다. 이질 대하 눈이 충혈된 것을 치료한다. 열을 내리고 습한 것을 없앤다. 5-15그램을 달여서 먹는다. 급성 결막염에는 가래나무껍질과 조릿대잎 황련을 달여서 먹거나 가래나무를 진하게 달인 물로 눈을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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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나무 잎은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잎에는 독이 있다. 잎이나 껍질을 짓찧어 물에 풀면 물고기가 중독되어 떠오른다. 농촌에서 살충제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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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나무 열매는 위염이나 십이지장궤양 같은 경련성 복통에 효과가 좋다. 가래나무 열매가 덜 익은 푸른 것을 ??찧어 소주에 2-3시간 담가서 찌꺼기를 버리고 걸러서 10-20밀리리터씩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