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초본(봄)

금낭화

초암 정만순 2017. 3. 18. 00:13



금낭화



매력이 가득한 들꽃길


금낭화 꽃




이미지 갤러리

요약
쌍떡잎식물 양귀비목 현호색과의 여러해살이풀.



금낭화

쌍떡잎식물 양귀비목 현호색과 여러해살이풀. 꽃은 5∼6월에 담홍색으로 총상꽃차례로 줄기 끝에 달린다.

학명Dicentra spectabilis
식물
속씨식물
쌍떡잎식물
양귀비목
원산지중국, 한국
분포지역중국, 한국(설악산)
서식장소/자생지산지의 돌무덤, 계곡

크기


높이 40~50cm



금낭화는 꽃잎 4장이 모여 심장형의 볼록한 주머니 모양을 한다. 꽃

을 자세히 뜯어보면 2장은 분홍색을 띤 겉꽃이고 나머지 2장은 겉꽃에 거의 둘러싸인 흰 속꽃임을 알 수 있다. 흰 속꽃의 일부가 아래로 뾰족 튀어나와 마치 혀처럼 보이게 한다.

늦은 봄에 산 중턱 한적한 곳이나 개울물이 쫄쫄 흐르는 한갓진 골짜기를 지나다가 보면 화사한 금낭화()가 소복소복 지천으로 널려 있는 꽃 대궐을 만난다. 

예쁜 꽃의 맵시가 옛 여인네들이 치마 속 허리춤에 매달고 다니던 두루주머니(염낭)와 비슷하다 하여 '며느리 주머니'라 부르기도 한다. 

  서양 사람들은 그 모양이 심장 흡사한 것이, 붉디 붉은 피를 흘리는 것 같다 하여 '피 흘리는 염통(bleeding heart)'이라 부른다.

금낭화(Dicentra spectabilis)는 양귀비목, 현호색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본으로 40~50센티미터 정도로 훤칠하게 자란다. 

  보통 겨울 동안 식물체의 지상부가 말라 죽고 뿌리만 남아 있다가 다음 해에도 생장을 계속하는 숙근초(宿)로 줄기는 연약한 것이 곧추서며 가지를 친다. 

  잎은 어긋나고, 손바닥 모양을 하며, 3장의 소엽이 달리는 복엽이다.



학명 중 속명 Dicentra는 희랍어로 dis(둘)와 centron(꽃뿔)의 합성어로 '두 개의 꽃뿔'이 있다는 뜻이다. 금낭화의 '꽃뿔'이란 두 장의 겉꽃 끝부분이 위로 젖혀져 며느리발톱처럼 툭 튀어나온 부분을 말한다. 그것은 속이 비어 있거나 꿀샘이 들어 있어 '꿀주머니'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종소명 spectabilis는 화려하고 장관이다(spectacle)란 뜻으로 천의무봉()한 '붉은 비단주머니 꽃'이 탐스러움을 이른다.

금낭화의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란다. 20~30센티미터 정도의 활처럼 휘어진 긴 꽃대에 주머니 모양의 꽃이 많게는 20여 개가 줄지어 대롱대롱 매달린다. 꽃망울은 연한 홍자색의 염통꼴로 그 모양새가 너무 현란하다. 그런데 넘실넘실 꽃들이 주렁주렁 땅바닥을 향해 고개 숙인 것이 마치 무엇이든, 언제나 순종하겠다는 겸손한 모습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꽃잎은 4장이 모여서 편평한 심장형의 볼록한 주머니 모양을 한다. 꽃을 자세히 뜯어보면 네 장의 꽃잎 중에서 2장은 분홍색을 띤 겉꽃(외화피, )이고, 나머지 2장은 겉꽃에 거의 둘러싸인 흰 속꽃(내화피, )인데 그 일부가 아래로 뾰족 튀어나와 혀처럼 보인다.

겉꽃잎을 양쪽으로 벌려 떼어 내고, 속꽃잎을 열어 보면 6개의 수술(양편에 각각 3개씩)과 가운데 암술 1개가 혀같이 나온 속꽃 잎에 들어 있다. 열매는 6~7월경에 긴 타원형으로 달리고, 한 개의 꼬투리 안에는 검고 광채가 나는 종자가 여남은 개씩 들었다.

금낭화는 시베리아, 중국 북부, 한국, 일본 등지를 원산지로 보는데, 금낭화속에 금낭화 1종만 있는 단형(monotypic)인 종자식물(꽃식물)로 가인박명()이라 하듯 예쁜 만큼 훼손되기 쉬운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리산에서 설악산까지 분포하고, 산지의 돌무덤이나 계곡에 자생하며, 돌연변이로 꽃 색이 흰 것도 있다고 한다.

옛날 옛적부터 집 안에 심어 온 원예종이라 하겠는데 지리산 자락인 시골 우리 동네에도 집집마다 이 꽃을 심었으니 유례없이 '우리 토종 꽃'이 고샅길에까지 벙싯벙싯 자태를 뽐낸다. 요즘 심는 꽃들이 거의 다 외래종이라 하는 말이다.

번식법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7~8월경에 익은 종자를 받아 바로 뿌리는 것이 가장 좋다. 또 늦가을에 괴근(덩이뿌리, tuberous root)을 최소 3~4센티미터 정도의 크기로 잘라 모래에 심으면 다음 해 봄에 싹이 나오고 꽃이 핀다. 또한 배수가 잘되는 큰 화분에 심어 반그늘에 두어도 된다. 달팽이나 민달팽이가 잎에 달라 드는 수가 있으나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봄에 어린잎을 삶아서 나물이나 나물밥을 해 먹는다고 하는데, 독성이 있으므로 삶아 물에 담가 독물을 빼고 먹어야 한다. 한방에서 식물 전체(전초, )를 채취하여 말려 소종(, 부은 종기나 상처를 치료함) 등의 치료에 쓴다. 사람에 따라 금낭화를 만지면 가벼운 염증이 생기는 수가 있으니 이소퀴놀린(isoquinoline)이라는 알칼로이드 물질 탓이다. 만진 다음에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한다.

제비꽃과 개미가 아름다운 공생을 하듯이 금낭화도 씨앗 퍼뜨림에 개미의 도움을 받는다. 제비꽃은 꽃봉오리 속에서 자가수분, 수정하여 씨앗을 맺은 후 껍데기를 툭툭 터트린다. 이때 좁쌀보다 작은 제비꽃 씨앗이 무려 2~5미터를 날아간다 하니 참 놀랍다.

그런데 제비꽃 씨앗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씨앗마다 조그마한 하얀 알갱이가 씨 한구석에 붙어 있다. 이것이 개미가 즐겨먹는 지방산과 단백질 덩어리인 '엘라이오솜(elaiosome)'이다. 개미는 제비꽃 씨앗을 제 집으로 물고 가 엘라이오솜만 떼어 먹고 집 주위에 버려 버리니 이렇게 씨앗을 퍼뜨린다. 그런데 금낭화의 씨에도 제비꽃처럼 달콤한 엘라이오솜(종침, )이 붙어 있어 개미가 물고 가게끔 꾀는 장치를 해 놨다. 곤충과 식물의 공생 일례를 여기서도 본다.

마지막으로 금낭화가 'bleeding heart'란 이름이 붙게 된 일본의 전설 이야기이다. "한 싹싹한 젊은이가 귀여운 한 소녀를 죽도록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소녀에게 금낭화의 겉꽃잎을 닮은 토끼를 선물하였으나 박절하게1) 거절당한다. 그래서 다음엔 속꽃잎 비슷한 실내화를 선물했으나 역시 매정하고 쌀쌀맞게 퇴짜를 맞는다.

마지막으로 꽃뿔을 닮은 한 쌍의 귀고리를 선물했으나 또다시 물리침을 당한다. 거듭 실연하여 무척 상심한 청년은 꽃 아래 중간에 불쑥 내민 혓바닥 꼴의 칼로 심장을 찔러 피를 흘렸다." 상그레2) 웃는 저 며느리 주머니에 이런 슬프고 쓰라린 사연이 들었다니!


각주

  1. 1 인정이 없고 쌀쌀맞음.

     (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 2015. 7. 25.,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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